부인암 1위 ‘자궁 내막암’ 증가세 무섭다.

유명숙 승인 2023.12.28 09:30 의견 0
자궁내막암은 자궁 체부 중 내벽을 구성하는 자궁내막에서 생기는 암을 말하며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체부(몸통)암은 부인암 가운데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년보다 신규 발생자가 188명(5.7%↑) 늘어 난소암(18명, 0.6%↑)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반대로 자궁 입구에 생기는 경부암은 300명 줄었다. 자궁체부암의 97%는 가장 안쪽 내벽에 암이 자라는 자궁내막암이 차지한다. 자궁체부암이 2000년 기점으로 국내 3대 부인암 중 발생률 1위로 올라선 이유다(국민일보 10월 31일자 24면 보도). 식이 및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이 같은 자궁내막암의 상승 추세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남은지(산부인과) 센터장은 25일 “미국의 경우 난소암에 비해 자궁내막암 발생 건수가 3배 정도이나 한국은 이제 막 난소암을 넘어선 상황으로 앞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왜 이런 전망이 나온 것일까. 어느 한 가지 원인이라기보다는 여러 위험인자로 인한 복합적인 결과로 보인다. 자궁내막암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자극이다.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며(증식) 암으로 진행된다. 에스트로겐은 생리 시작과 함께 분비되는데, 초경이 빨라지고 결혼이 늦어지는 동시에 임신·출산·수유를 기피하는 지금의 사회환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노출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여성의 증가도 에스트로겐 노출을 늘린다. 비만한 경우 정도에 따라 자궁내막암 위험이 3~10배 올라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체지방 세포에서 과도한 ‘안드로겐-에스트로겐 전환’ 현상이 일어나 전체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젊은 여성의 자궁내막암 발생이 비만 증가와 결혼·출산 기피의 영향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연령별 자궁내막암 발생률(2020년 기준)을 보면 50대(29.1%) 60대(24.7%) 40대(16.9%) 순으로, 30대(8.2%)와 20대(2.4%)는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높진 않지만, 이전에 비해 점차 증가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근래 호르몬 원인(양성) 유방암이 증가하면서 타목시펜 등 에스트로겐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약물은 작용 부위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데, 유방 조직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에스트로겐이 그 수용체에 붙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지만, 자궁 내막에서는 반대로 에스트로겐과 같은 작용을 해 자궁 내막을 증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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