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1000명 중 적게는 1명, 많게는 3명에게 발생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신생아 난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출생한 신생아 수는 약 26만여명이다. 따라서 2021년에 출생한 신생아 중 약 260~780명은 선천적으로 ‘난청’을 갖고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청은 청각이 저하 또는 상실된 상태로, 순음청력검사에서 평균 청력이 약 26dBHL 이상 나오는 것을 말한다. 0~25dBHL인 경우는 정상에 해당된다.
성인들은 건강검진에서 1000Hz에서 40dBHL 이상의 음을 못 듣는 경우 난청 판정을 받게 된다.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26~40dBHL의 경도난청인 경우 특별한 청각재활치료는 필요치 않다. 그러나 40dBHL 이상 중등도 난청의 경우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거나, 거리가 떨어진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중등도 난청의 경우, 보청기의 사용이 필요하며, 보청기 사용 효율성도 높다. 언어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70dBHL 이상 고도난청의 경우 특수기능이 강화된 보청기 사용이 필요하다.
다만 소리에 거의 반응이 없는 1세 미만에서 90dBHL 이상의 양측 심도 난청인 경우와 1세 이상에서 양측 70dBHL 이상의 고도난청인 경우 보청기로 청각재활이 안된다면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난청은 왜 생기나?
그렇다면 난청은 왜 생기는 걸까.
일반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소음이나 기계음에 노출됐을 때 난청이 발생하게 된다. 흡연이나 음주,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의 대사이상, 달팽이관 및 청신경의 노화, 홍역, 볼거리, 루벨라 등의 감염 질환도 난청의 원인이다. 중이염을 앓았거나 이뇨제, 아스피린 그리고 일부 항생제 등의 이독성 약물 또한 난청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청은 유전이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난청 유전자가 원인이다. 이를 유전성 난청이라고 한다. 난청을 갖고 태어나는 신생아의 경우 50% 이상이 유전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성 난청은 증후군성과 비증후군성 난청으로 분류한다. 증후군성 난청의 경우 하나의 질환에 의해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난청이 있으면서 다른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Alport(알포트) 증후군처럼 난청이 있으면서 혈류가 생기기도 하고, 눈에 이상 증세가 생기는 것이다. 이외에도 난청을 유발하는 증후군으로 Norrie(노리) 증후군, MELAS 증후군, MERRF 증후군, Usher 증후군, Waardenburg 증후군, CHARGE 증후군, Branchiootorenal 증후군 등이 있는데 Norrie 증후군, MELAS 증후군, MERRF 증후군, Usher 증후군 등의 경우 한국인에서도 잘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난청 이외 발생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만성신부전, 혈뇨, 진행성 고음역대 감각신경성 난청, 시각장애, 소안증, 가망막종, 정신장애, 갑상선 질환 증상, 망막색소변성, 홍채 이색증, 두 개안면부 기형, 심장질환, 저신장, 생식기 이형, 신경초종 등이 있다.
따라서 만성신부전이나 혈뇨, 특징적인 눈의 어떤 질환이 있거나 구형 수정체라든지 황반에 반점이 있다거나 시각장애, 소안증 그리고 진행성 감각신경성 난청, 갑상선 질환, 망막색소 변성, 홍채에 이색증이 있거나 앞머리가 백발이나 피부가 백반증이 있다든지, 얼굴이나 머리 뼈에 기형이 있다든지, 아니면 키가 작거나 혹은 생식기 모양이 이상하거나 하면 난청을 동반하는 증후군이 아닌지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 비증후군성 난청은 난청만이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동반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다.
이럴 때 ‘유전성 난청’ 의심해 봐야
그렇다면 언제 ‘유전성 난청’을 의심해야 할까.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 공태훈 교수는 “가족 중 한명 이상에서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청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모 모두 난청이 없어도 아이가 유전성 난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부부 중 ‘원인불명 또는 청각장애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난청을 의심해보고 혈액검사를 통해 난청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난청 유전자는 150여개 정도다. 유전자의 결함이 생겨서 돌연변이 유전자가 되면 난청의 위험이 증가한다. 대부분 귓속 달팽이관에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유전자와 관련되어 있는데 유전자 문제로 소리가 전기 신호로 바뀌지 못하면 뇌에서 인지를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혈액 검사로 난청 유전자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으며 예방 및 조기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임신 전 검사를 못했다면 출산 후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난청은 언제 생기느냐에 따라 언어 습득 전 난청과 습득 후 난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치료의 목표에 차이가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난청을 방치하면 청력은 계속 나빠진다. 난청이 있으면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하거나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사회생활을 기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청각세포와 청각중추의 퇴화뿐 아니라 다른 연관 뇌세포의 퇴화로도 이어져 치매 발생률도 높아진다. 신생아의 경우 언어 발달장애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하고 재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발달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생아의 난청 확인을 위해 OAE(이음향방사), 뇌간전위유발검사법을 사용한다.
OAE(이음향방사)는 귀에 소리 자극을 주고 내이의 청신경 세포 움직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매우 간단하면서도 짧은 시간에 시행할 수 있다.
뇌간전위유발검사는 아이를 잠들게 한 다음 소리 자극을 주고 청신경과 뇌의 반응을 검사하는 것으로 조기에 난청이 발견된 경우에는 한 달 간격으로 난청을 재확인을 해줘야 한다. 만약 난청으로 진단 받으면 3~6개월 사이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며 청력이 전혀 없으면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청각능력 훈련을 시작하는 게 좋다.
청각 검사를 하기 전에는 유전상담을 받는 게 좋다.
유전상담에서는 보통 가족력부터 살펴보게 된다. 병력청취를 한 다음 가족력 파악하고 그다음 신생아 청각 선별 검사 등을 한다.
신체검사 및 각종 혈액검사를 통해 혹시 몸에 갑상선이 부어 있지는 않은지,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에서 혈류가 나오지 않는지, 콩팥 질환은 괜찮은지, 눈의 홍채 색깔이라든지 이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측두골 CT와 내이도 자기공명영상 등 영상의학적 검사로 달팽이관의 모양이 이상하다든지 전정 도수관 확장증이 있다든지 등을 확인한 뒤 마지막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확진해야 한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 공태훈 교수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난청이라면 첫째가 난청일 확률은 6~10%다. 첫 아이가 난청일 때 둘째가 난청일 확률은 40.8%까지 늘어나게 된다.
부모 모두가 난청인 경우에는 어떨까. 공 교수는 “부모 모두 난청인 경우에는 첫 아이가 난청일 확률은 10~50% 정도이며, 첫 아이가 난청일 때 둘째가 난청일 확률은 62%로 증가하지만 첫 아이가 난청이고 둘째가 난청이 아니면 셋째가 난청일 확률은 32.5%까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모가 모두 정상인 경우 첫 아이가 난청일 확률은 그렇게 높진 않지만 첫째 아이가 난청일 때 둘째 아이가 난청일 확률은 17.5%, 첫째가 난청이고 둘째가 정상이라면 셋째가 난청일 확률은 6~7%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아이가 난청이고 둘째도 난청이면 셋째가 난청일 확률은 35%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 교수는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부모 사이에서도 선천적인 난청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손상된 청각 세포는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유전성 난청은 초기에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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