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법(Gene Therapy)이 국소 피질 이형성증(Focal Cortical Dysplasia, 이하 FCD)의 발작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어린이 간질 중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FCD인 만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국제 신경과학 저널인 ‘브레인(Brain)’에 따르면, 런던 대학교(University of London)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법을 통해 FCD 마우스 모델에서 발작 빈도를 줄였다.
연구팀은 EKC라는 유전자를 운반하는 비복제 바이러스를 활용해 뇌의 영향을 받는 부분에 칼륨 채널을 삽입하는 기전의 유전자 치료법을 설계했다고 발표했다. 뇌의 영향을 받는 부분에서 칼륨 채널을 과발현시켜 발작을 일으키는 뉴런을 억제시킨다는 설명이다.
FCD는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약물 내성 간질 형태의 질환이다. FCD를 가진 어린의 30~50%는 항간질약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발작이 발생하는 뇌 부위를 외과적인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외과적인 수술은 발작을 멈출 수는 있지만, 제거된 부위의 크기에 따라 심각한 신경학적 결손을 초래할 위험이 있어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다.
런던 대학교 연구팀은 치료에 저항적인 FCD를 수술 없이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EKC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FCD 마우스 모델의 뇌 활동을 15일 동안 모니터링한 후, 발작 활동이 빈번한 뇌 부위에 직접 유전자 치료제를 주입했다. 이후 발작이 줄어드는지 확인하기 위해 15일 동안 뇌 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치료를 받은 마우스는 치료받지 않은 마우스에 비해 평균 87% 적은 발작이 빈도를 보였다. 더 나아가 외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기억력 측면에서도 부작용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칼륨 채널은 뉴런 발화를 조절하는데, 현재 FCD 외에도 다양한 신경학적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FCD에 EKC를 활용해 칼륨 채널을 삽입하는 유전자 치료법이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다른 유형의 발작형 질환에서 활용하려는 연구는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일부 환자들에게 뇌수종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대학교 연구팀은 마우스 모델에서 부작용에 대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5년 이내에 임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빈센트 말로아르 박사(Vincent Magloire, Ph.D.,)는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마우스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 만큼,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판단된다”며 “FCD는 미충족 수요가 큰 영역인 만큼, 조절할 수 없는 발작으로 인해 고통받는 전세계 수천 명의 어린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1년 7월, 한국에서도 KAIST 이정호, 백세범, 손종우 교수 공동 연구팀이 FCD Type II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학적 원인, 발생 기전 및 치료 타깃을 규명해 낸 바 있다. 이정호 교수가 최고과학책임자로 몸 담고 있는 소바젠(Sovargen)이 이번 달 초 국가신약개발사업단으로부터 신약 연구개발을 지원받았다.
KIAST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애널스 오브 뉴롤로지(Annals of Neurology)’ 7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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