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과 연관-'마약 중독' 일으키는 타고난 유전자 있다.
대마초 중독 현상에 유전적 요소가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
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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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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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유전자가 대마초 중독 증세를 발현시키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며, 이는 인종에 따른 유전적 차이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엘 겔런터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넓은 의미에서의 유전적 조상이 각기 다른 미국인 100여 명의 DN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마초 중독에 취약한 유전적 요인을 발견했다고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했다.
대마초는 마약의 일종으로 대마 잎이나 꽃잎을 말린 뒤 담배처럼 말아서 흡연한다. 투여 시 긴장이 풀리는 등 진정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등 전세계 48개 국에서는 의사의 처방 하에 암, 만성 통증 등의 치료용으로 사용된다. 한국에서 대마초 흡연 및 판매는 전면 불법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대마초를 흡연한 사람 중 약 3분의 1 정도가 중독 증세를 보이거나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데 착안, 유전적 요인이 대마초 중독을 유발하거나 나아가 폐암 등 각종 암과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유발하는지 확인했다. 이는 대마초 오남용과 유전적 형질의 관계를 밝힌 2020년 연구의 후속격이다.
당시 연구팀은 약 57만 건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염색체 내의 고정된 특정 위치를 뜻하는 '유전자자리(locus)'가 대마초 중독을 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쌍둥이 등 가족 간 유전성은 50~7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국 내 참전용사(베테랑) 프로그램이 보유한 105만 4365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마초 중독 혹은 대마초 흡연 후 건강 이상을 보인 이들의 유전자 데이터다. 첫 연구와 달리 이번에는 유럽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혼합형 아메리카계 등 유전적 조상이 다른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인종 간에도 유전적 차이로 인한 대마초 중독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집계된 유전자 데이터 수가 가장 적었던 동아시아계를 제외한 모든 인종 유전자에서 유의미한 단일 염기 다형성(SNP)이 관찰됐다. 단일 염기 다형성은 DNA 염기서열의 한 부분으로 개체마다 다른 형질을 띠게 하거나 유전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해당 SNP가 가장 많이 발견된 데이터는 유럽계 조상을 둔 유전자였다.
대마초 남용과 정신질환의 하나인 조현병에서도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마초 남용이 조현병 발현으로 이어지는 등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마초 중독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정신질환 발현에도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르타 디 포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신과 교수는 "대마초 제한은 조현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이라며 이번 연구가 대마초 흡연 이후 정신 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 환자들을 식별하고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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