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원인 1위 '간암',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 따라 간암 발생 위험 달라

유명숙 승인 2023.11.20 09:30 의견 0
만성 B형 간염에서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관계.(그래프=서울아산병원제공)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로, 발생원인의 70%는 만성 B형간염이다. 현재 B형간염 약제는 간암 위험을 절반으로 낮춰주지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간수치가 크게 상승했을 때로 제한돼 있어 국내 환자 중 약 18%만 치료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 최원묵 교수팀은 간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간수치가 아니라 바이러스 수치에 근거해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7일 설명했다.

연구팀은 국내 5개 대학병원(서울아산병원·경희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수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당 1백만 단위(6 log10 IU/㎖) 정도였던 환자들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들은 장기간의 간염 치료 중에도 간암 발생 위험도가 50%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이 관계는 간염 치료 중에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현재 B형간염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간염 치료를 조기에 시행한다면 간암 발생자 숫자를 최대 6분의 1로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결과는 소화기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향후 국내외 B형간염 치료지침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성인 환자 4693명을 평균 7.6년간 추적관찰했는데 이중 193명의 간암이 발생했다.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 중에서는 322명에게서 간암이 발생했다. 이는 간염 치료가 간암 발생 위험을 전체적으로 약 50% 감소시킨다는 의미이다.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에 비해 100만 단위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의 간암 발생 위험은 최대 6.1배나 높았다.

결국 간암 위험도를 낮게 유지하려면 복잡한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B형간염 치료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매우 복잡하다.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 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AST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 IU/L) 이상이어야 한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2000명의 간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다보니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럴 경우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약 4만여 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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