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상징’ Y염색체 완전 해독…게놈 지도 2% 부족분 해소

공백으로 있던 염기서열 3천만개 추가

김기태 승인 2023.09.05 13:31 의견 0
과학자들이 Y염색체의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함에 따라
2003년 인간 게놈 지도를 발표한 지 20년 만에 비로소 진정한 완성본이 만들어졌다.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인간 게놈 지도에서 유일하게 공백으로 남아 있던 Y염색체의 염기서열이 완전히 해독됐다.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가 지원하는 ‘텔로미어-투-텔로미어’(T2T)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그동안 절반 이상을 파악하지 못했던 Y염색체의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해독한 Y염색체는 유럽계 남성의 것으로 전체 염기쌍은 6246만29개였다. 이는 전체 인간 DNA의 2%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3천만개 이상이 이번에 처음으로 서열이 밝혀진 염기다.

이로써 1990년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2003년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한 지 20년만에 비로소 진정한 완성본을 갖게 됐다.

사람의 염색체는 22쌍의 일반 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로 구성돼 있는데, Y염색체는 성을 결정하는 23번 성염색체에 속해 있다. 여성의 성염색체는 XX, 남성의 성염색체는 XY다. Y 염색체는 길이가 X염색체의 3분의 1로 염색체 23쌍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다. 유전자 수도 X 염색체가 약 900개인 반면, Y염색체는 100여개다.

모든 염색체는 무수히 반복되는 염기서열 영역들로 이뤄져 있다. 과학자들은 DNA를 작은 조각으로 나눠, 해당 조각의 염기서열을 읽은 다음, 중복되는 부분을 찾아 순서에 맞게 조각을 재조립하는 방법으로 염기서열을 해독한다.

그러나 그동안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것이 수백개 정도에 불과해 연결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반복 영역이 많으면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에 따라 2003년 발표된 인간 게놈 지도는 염색체마다 염기서열을 읽지 못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Y 염색체는 23쌍의 염색체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다.

유전자 40여개 추가로 발견

2010년대 말 옥스퍼드 나노포어라는 회사가 한 번에 수천~수백만개의 염기서열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이 구멍을 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학자들은 이 기술 덕분에 2003년 완료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빠져 있던 2억쌍의 염기서열을 채워 지난해 발표할 수 있었다. 이는 30억쌍의 디엔에이(DNA) 염기서열 중 8%에 해당한다. 그러나 Y염색체는 이 완성본에서도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완성본 게놈의 해독 대상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마지막으로 남은 후속 작업이었다. Y염색체는 반복 영역이 가장 많은 염색체여서 염기서열 조각을 읽어내고 재조립하는 작업이 그만큼 어렵다. 전체 6천만개 염기서열의 절반이 반복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최신 해독법과 조립법을 이용해 결국 전체 염기서열을 읽어냈다. 이어 이를 분석한 결과 Y염색체에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106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게놈 프로젝트에서 알아낸 것보다 41개 더 많은 것이다. 새로 밝혀진 유전자 중 38개는 정자 생산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TSPY 유전자의 복사분이었다.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와는 별도로 미국 잭슨의학연구소 연구진도 아프리카 출신 21명을 포함한 남성 43명의 Y염색체 서열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한 것은 3개였고, 나머지는 여전히 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연구진은 43명의 남성 Y염색체에서는 TSPY 유전자 복사본이 사람에 따라 23~39개로 다양했다고 밝혔다. 또 반복 영역의 크기도 1760만~3760만개 염기로 인간 게놈에 있는 반복 영역 중 가장 컸다.

아이슬란드의 유전학자 아그나르 헬가손은 ‘사이언스’에 “이번 연구는 남성의 생식능력을 비롯한 후속 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완전히 해독된 Y염색체 염기서열을 토대로 Y염색체의 미세한 차이가 Y염색체와 관련된 방광암 같은 특정 암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에서 얻은 수십명의 남성 Y염색체 구조는 부계 혈통으로만 전해지는 Y염색체가 지난 20만년의 호모 사피엔스 진화에서 어떻게 유전적 변이를 거쳐왔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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