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걱정만 하지말고 유전자검사로 슬기롭게 대처

유명숙 승인 2023.05.30 10:31 의견 0
유전은 탈모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탈모는 유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안드로겐성탈모(androgenic alopecia)로 불리는 남성형탈모는 79%가 유전된다.


나이 들면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탈모가 시작된다. 특히 집안에 탈모인 어른이 많으면 나도 언젠가 탈모가 올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유전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탈모가 심하면 나도 친구들보다 일찌감치 머리가 벗겨질 것을 각오한다.

나이 들면 탈모가 일어나는 이유는 노화에 따라 늘어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이하 DHT)이라는 남성호르몬이 모낭에 있는 안드로젠수용체(androgen receptor, 이하 AR)에 작용해 모발을 가늘게 만들고 모낭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전은 탈모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탈모는 유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안드로겐성탈모(androgenic alopecia)로 불리는 남성형탈모는 79%가 유전된다. 안드로겐성탈모의 원인 유전자 중 AR유전자에 변이가 있어 양이 늘어나면 남성호르몬에 의한 모낭 위축효과가 높아지는 것이다.

아시아인의 모발은 서양인과 다르다. 머리카락 색깔이나 굵기, 탄성도 차이가 난다.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남성형탈모는 서양인보다 10년 정도 늦게 일어난다. 또 서양 남성의 반에서 탈모가 생기지만 한국인 40대 남성의 경우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까지 알려진 탈모 유전자도 한국인과 서양인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탈모에 대한 유전자검사는 한국인의 유전자데이터를 갖고 분석해야 한다. 우리가 한국인 유전체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다행히 탈모 유전형을 갖고 있어도 머리가 빠지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AR유전자에 변이가 있어도 안드로겐호르몬은 나이 외 스트레스, 영양, 폐경, 질병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탈모형 유전자가 있더라도 생활습관에 따라 탈모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탈모만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탈모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는 1000개 정도이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모발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이다. 탈모에 대한 유전적소인을 알려면 모든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탈모에 대한 유전자검사는 앞으로 내가 탈모가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다. 탈모 유전자변이가 적다면 탈모 걱정을 내려놓아도 좋다. 특히 집안 어른들이 모두 머리가 성성하다면 더욱 안심해도 된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포함해 탈모를 유발하는 생활습관은 멀리해야 한다.

유전자검사로 탈모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변이를 발견했다면 보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남성호르몬인 DHT가 증가한 경우라면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계열 치료제같은 호르몬 합성억제제를 이용해 탈모를 늦추거나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안드로겐수용체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피나스테리드의 효과는 오히려 낮다. 이 경우 호르몬억제제가 아닌 다른 탈모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처럼 탈모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천천히 진행된다. 나의 탈모 유전자를 알면 어떤 탈모치료제가 가장 효과적인지도 알 수 있다. 탈모를 운명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유전자검사를 통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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