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유전자검사로 사망원인 확인

머리카락 한 줌으로 밝힌 사인은 납중독이 아닌 B형 간염?

유명숙 승인 2023.05.09 12:58 의견 0

과학자들이 독일 작곡가 루드빅 판 베토벤의 사인을 그의 사후 약 200년 만에 분석해냈다.

연구진은 그의 모발 DNA 분석을 통해 그가 B형 간염을 앓아 간이 손상됐고, 여기에 더해 계속된 음주로 간이 망가져 결국 사망한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그의 만성적인 심각한 복통, 서서히 진행된 난청의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AP 등 외신들은 22일(이하 현지시간) 과학저널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에 실린 연구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오는 26일은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망한지 196년째가 되는 날이다. 베토벤은 1827년 3월 26일 5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역사가들과 의학자들은 베토벤의 일기, 편지 등을 토대로 오랫동안 그의 건강 문제를 연구해왔다.

특히 베토벤은 자신의 질병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망한 하루 뒤 그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문서에서 베토벤은 동생에게 자신의 질병에 관한 자세한 내용들을 그의 사후 대중에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의사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연구토록 하라는 것이었다.

독일 작곡가 루드빅 판 베토벤의 모발 유전자 분석 결과 그가 B형 간염을 앓고 있었으며 이때문에 간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베토벤의 친지가 보관 중이던 베토벤의 모발.

논문 저자인 독일 본 대학병원 유전학자 악셀 슈미트는 "특히 베토벤의 경우 질병이 그의 창작활동을 크게 제한했다"면서 "의사들에게는 그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가 늘 미스터리였다"고 말했다.

베토벤 사후 과학자들은 베토벤의 의료 기록을 취합하고, 이를 통해 그의 다양한 질병에 대한 가능한 설명을 이끌어내려 애썼다.

이제 고대 DNA 분석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과학자들은 베토벤의 친지들이 오랫동안 보관해왔던 그의 머리카락에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수수께끼를 풀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고유전학자 요하네스 크라우스는 베토벤 모발 약 3m를 활용해 유전적 질환 원인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물인류학자 트리스탄 제임스 알렉산더 베그는 연구진이 베토벤의 만성적인 위장장애를 유발한 명확한 유전적 신호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위장병,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원인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울러 베토벤의 방계 생존 후손들 가운데서 부계 유전자인 Y염색체가 베토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들 후손간 Y염색체는 서로 일치했지만 베토벤의 염색체와는 달랐다.

베그는 베토벤이 태어나기 전 가계 계보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의 유전자가 가계에 섞이게 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 가문에 시집 온 여성 누군가가 외도를 통해 혼외자식을 낳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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