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유전적 원인 찾았다…"분만 시기 두고 엄마와 아이 유전자 충돌"

산모 10명 중 1명은 조산…10년 새 1.5배 늘어

제노메딕스 승인 2023.04.10 10:40 의견 0

조산 유전적 원인 찾았다…"분만 시기 두고 엄마와 아이 유전자 충돌"


조산이 발생하는 유전적 요인이 규명됐다. 아기를 빠르게 분만하려는 모체의 유전자와 오랫동안 엄마 뱃속에 머물려는 아기의 유전자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른 시기에 출산이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조산은 임신주수 37주 미만에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뜻한다. 조산아 중에서도 체중이 적게 나가는 극소 미숙아는 장기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는 등 출생 직후에 각종 의학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조산의 유전적 요인이 밝혀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약물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폴 나바이스 스웨덴 예태보리대 산부인과 교수와 보 제이콥슨 스웨덴 살그렌스카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람의 출산 환경은 다른 포유류와 큰 차이가 있다. 여성의 골반은 완전히 자란 태아가 거의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반면 암컷 침팬지는 골반의 직경이 새끼의 두 배에 이른다. 연구팀은 “사람만의 생물학적 특성은 사람에 초점을 맞춘 출산과정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출산 과정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연구팀은 임신 기간을 결정하는 것이 여성의 유전자인지, 아니면 태아의 유전자인지 확인하는 데 나섰다. 유럽의 산모 유전체 13만6833건을 대상으로 임신주수와 관련한 기능을 조사하는 전체유전체 상관분석연구(GWAS)를 실시했다. GWAS는 어떠한 질병이 없는 사람과 질병을 가진 사람의 전체 유전체를 비교해 문제가 있는 DNA를 확인하는 분석 기법이다. 이 연구의 경우 조산을 경험한 산모와 정상적인 임신기간 37~40주를 채운 산모들의 유전체가 서로 비교 대상이 됐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이전에 조산과 관련된 역할이 보고되지 않은 16개의 유전자 자리를 발견했다. 유전자 자리는 염색체에서 대립형질을 형성하는 한 쌍의 유전자가 차지하는 위치다. 대립형질은 서로 반대되는 생물의 특성을 뜻한다. 이 중 일부 유전자 자리에서는 조산을 경험한 산모의 임신 기간 중 더 강한 신호가 발생한 궤적이 관찰됐다.

조산을 경험한 산모에게서 강한 신호 흔적이 포착된 유전자 자리에 있는 유전자쌍중 7개는 산모와 태아가 서로에게 간섭하는 작용과 연관돼 있었다.

연구팀은 “산모와 태아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유전자 자리에서 일어난 활동을 분석한 결과 산모와 태아의 유전자 사이에선 충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의 유전자는 모체의 생존을 위해 아기를 일찍 내보내려고 하는 반면 태아의 유전자는 출산 전 충분한 체중 등을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자궁 안에 남아있으려 한다”며 “대립하는 유전자의 타협 여부에 따라 임신주수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장기적으로 조산을 예방하는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연구팀은 “조산 외에도 분만 중 아이가 나오는 통로의 수축을 완화하거나 촉진하는 작용을 하는 약물 개발 또한 후속연구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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