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시험관으로 어렵게 얻은 아들 "유전자 불일치"

B형 부부에서 A형 아들... 담당의 "돌연변이라 그렇다"

지난달 유전자검사 불일치...10년 공소시효 지나

병원 "퇴직한 의사라 우리랑 상관없어"…선 긋기

김수민 승인 2022.08.16 13:40 의견 0
26년전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아이 유전자 불일치


A씨(50대·하남)는 최근 시험관 시술로 힘들게 얻은 20대 아들의 유전자가 남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혹여나 결과가 잘못됐을까 싶어 두 번 더 검사를 의뢰했으나, 친모는 맞지만 친부는 아니라는 답을 받았다.

A씨는 26년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공수정을 했다 실패하자 시험관 아기 시술을 했다. 시험관은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를 채취해 이를 체외 수정 후, 2~5일간 배양한 뒤 여성의 자궁 내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힘겹게 얻은 아들을 애지중지 키우던 A씨는 몇 년 뒤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아이 혈액형을 듣고 깜짝 놀랐다. A씨 부부는 B형이었는데 아들이 A형이었기 때문이다.

부부에게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

A씨는 대학병원에 문의했고 시험관 시술을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돌연변이'라는 답을 들었다. 당시 이 의사는 해외 자료를 보여주며 A씨를 설득했다고 한다.

지난 1996년 시험관 시술 당시 A씨 진료 기록 사본

A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았다"며 "당시 너무 놀랐지만 의사가 그렇다고 하니 그 말을 믿었다. 아이가 절실했기 때문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성인이 됐다. A씨는 이제 아들에게 왜 부모와 혈액형이 다른지 설명해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난해 해당 병원에 이와 관련된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당시 시험관 시술했던 의사는 이미 퇴직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 업무를 보고 있는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길 들은 의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당시 시술을 맡았던 의사와 직접 연락해 답을 듣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퇴직한 의사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메시지만 읽고 답은 없었다.

A씨는 "몇 년 전 퇴직하면서 선교활동 한다고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었다"며 "(선교활동으로) 외국에 있어 답이 느린 거라 생각했지만 메시지를 보내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주의 사항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시험관 시술에 관해 묻자 연락이 완전히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답답했던 A씨는 지난 2월 해당 병원에 민원을 넣어봤다. 하지만 병원 측은 "퇴직한 사람이라 우리와는 상관없다. 다투고 싶다면 법적으로 해라"라는 취지의 답을 했다고 한다.

이에 A씨가 "병원을 믿고 가서 그 의사를 만난 것이지 그 의사를 보고 병원에 간 것이 아니지 않냐"며 병원 측에 항의를 해봤지만 같은 답만 되돌아왔다고 한다.

어디서도 아들 혈액형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A씨는 지난달 말 결국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신과는 일치하지만 아이 아빠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답이 나왔다. 시험관 시술에서 정자가 뒤바뀌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A씨 부부는 병원 측의 소명을 듣기 위해 소송도 알아봤지만 공소시효가 아이의 혈액형을 안 날로부터 10년인 탓에 승소하기 어렵다는 법률적 의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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