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잃어버린 7살배기 딸… 35년 만에 '등록 유전자'로 찾아

유명숙 승인 2022.05.04 11:02 의견 0
7살에 가족들과 헤어졌던 40대 여성이 2일 오전 부산진경찰서 7층 대강당에서
35년 만에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

7세 때 가족과 헤어졌던 40대 여성이 35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부산진경찰서는 2일 오전 부산진경찰서 7층 대강당에서 35년 전 헤어진 가족 상봉 행사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서 40대 여성 A씨와 그의 어머니, 큰언니, 작은언니, 남동생이 회포를 풀었다. A씨 어머니는 35년 만에 만난 딸을 부둥켜안고 울먹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1일 헤어진 가족을 찾고 싶어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A씨는 7살이던 지난 1987년 설 연휴 가족과 함께 전북 전주에 있는 외삼촌 댁을 방문하기 위해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가 가족을 잃어버렸다. 홀로 발견된 A씨는 보육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A씨는 남동생이 있었다는 것과 부모님 이름은 기억했다. 하지만 본인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A씨는 "생일 때마다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많이 울었다"며 "아플 때마다 꿈에서 엄마 얼굴이 나오는데 얼굴을 알지 못해 항상 뿌옇게 모자이크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어머니는 "항상 죄책감도 있었고 미안한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며 딸의 어깨를 연신 쓰다듬었다. A씨의 작은 언니는 "그때 동생을 찾으려고 전주시를 뒤지고 다녔는데 실종 아동에 등록돼 있지 않아 찾지 못했다"며 "어찌할 방법을 모르는 사이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다"고 울먹였다.

A씨의 아버지는 딸을 찾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평생 안고 살다가 약 15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A씨의 작은 언니는 "아버지가 동생을 보면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할 것 같다"며 "생전에 잃어버린 동생에게 항상 미안해 하셨다"고 전했다. A씨는 이날 보육원에서 정해줬던 생일이 아닌 자신의 진짜 생일에 대해 알게 돼 기뻐했다. A씨는 1979년생이지만 당시 보육원에서 1981년 3월생으로 생년월일을 등록하면서 실제 나이보다 2살 어리게 살왔다. 올해 실제 나이는 43세지만 주민등록상 나이는 41세다.

A씨 가족의 극적 상봉은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의 '리-멤버'(Re-member) 프로젝트 덕분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장기실종아동 사건을 수사해 재검토하고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돌려보내는 자체 시책이다.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은 각종 자료를 검토해 A씨로 추정되는 비슷한 연령의 대상자를 556명 찾아냈다. A씨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그 중 6명을 추려냈고 집중적인 탐문 끝에 A씨의 가족들을 발견했다. 실종팀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모친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A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김미현 실종팀 경장은 "유전자 등록을 하는 것이 실종된 가족을 찾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본인이 기억하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를 구분을 해주시면 실종자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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